심야 장애가 있었던 그 밤을 함께한 뒤로 낭만적인 두루미님에 대한 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현장을 지휘한다는 게 뭔지 그 밤에 배웠습니다.
해외 결제 연동은 여러 국가 세법과 PG사별 정산 주기가 제각각이라 악명 높은 과제였는데, 낭만적인 두루미님이 환율·수수료 정산 로직을 표 한 장으로 정리해서 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드셨어요. 그 표는 지금도 재무팀과의 회의에서 재사용되고 있습니다. 온보딩 플로우 개편 때 저와 같이 계셨어요. 7개 스크린을 4개로 줄이는 과감한 안을 제안하시고, 정량 가설과 정성 인터뷰로 근거를 쌓아 오셔서 전원을 설득해내셨습니다. 최종 전환율이 두 자리 수 상승했고요.
코드 리뷰에서 "이 부분은 왜 이렇게 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통해 제 가정의 구멍을 여러 번 찾아주셨어요. 정답을 직접 주지 않고 질문으로 되돌려주셔서, 제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이었죠. 그런 리뷰를 받고 나면 다음 PR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됐습니다. 팀에 신규 인원이 오자마자 점심 약속을 직접 잡으시던 모습이 작지만 인상 깊었어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부터 신경 쓰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죠. 업무로만 엮인 팀이 동료가 되는 과정에서, 낭만적인 두루미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졌습니다.
거절 타이밍이 늦는 편이에요. 미리 안 된다고 얘기해주셨으면 다들 플랜 B를 일찍 세웠을 텐데 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어요. 거절을 어렵게 여기시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중간한 수락이 결국 더 큰 실망을 만드는 상황을 몇 번 봤습니다. 빠른 거절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 될 수 있어요.
후배 육성이 중요한 팀에 추천합니다. 시니어 역할을 맡기 아깝지 않은 분이에요. 이미 그렇게 일하고 계셨고, 공식 직함만 붙으면 조직이 얻는 효과가 더 크게 확장될 겁니다.
제가 시니어가 된 후에 돌아보니 배운 게 더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시엔 보이지 않던 낭만적인 두루미님의 선택들이, 제가 비슷한 자리에 서고 나서야 그 무게가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뒤늦게 감사드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