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일정이 바쁜 와중에도 다른 팀의 막힌 문제를 도와주러 오시던 분.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기본값으로 두시는 태도가 팀 밖에서도 인정받았어요.
서비스 이관 프로젝트에서 다운타임 제로 전략을 설계·실행하셨어요. 이중 쓰기·섀도우 리드·점진 전환을 조합한 플랜을 세우고, 실행 중에도 매 시점의 지표로 앞으로 갈지 멈출지 결정하셨습니다. 공학적 판단과 리스크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자리였고, 조용한 박쥐님은 그걸 해내셨어요. 추천 섹션 도입은 모델팀과 프론트팀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던 프로젝트였어요. 조용한 박쥐님이 양쪽의 번역기 겸 조정자로 중간에 계셔서 굴러갔습니다. 기술적 판단과 사람 다루는 감각을 동시에 요구하는 자리였어요.
제가 처음 맡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겁먹고 있을 때, 조용한 박쥐님이 30분 통화로 전체 지도를 그려주셨어요. 복잡해 보이던 문제를 단계별로 쪼개주시고, 각 단계에서 실패했을 때의 플랜B까지 같이 그려주셨죠. 그 한 번의 통화로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도 후배에게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스펙 리뷰 때 반대 의견을 근거 있게 내시면서도 상대방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던 화법이 놀라웠어요. "그 부분은 이 데이터로 볼 때 이렇게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같은 어조로, 결코 단언하지 않으시면서도 결국 팀을 설득해내시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 대화법은 지금 제가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꺼내 쓰는 레퍼런스예요.
우선순위 충돌이 생겼을 때 결정을 조금 더 빨리 내려주시면 팀이 덜 대기합니다. 맥락을 충분히 확보하고 싶으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결정이 늦어지면 몇 명의 시간이 대기 상태로 서버에 걸려 있는 셈이에요. "지금 아는 것까지만으로 잠정 결정, 새 정보 오면 수정"이라는 프레임을 시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니어가 질문할 때 정답을 바로 주시는 편인데, 가끔은 역질문으로 생각을 열어주시면 성장 효과가 더 클 것 같아요. 현재 방식은 분명 친절하지만, 정답을 받은 사람은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조용한 박쥐님을 찾게 됩니다. 가끔은 "혹시 시도해본 접근은 뭐예요?"라는 질문 하나가 그들의 근육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안정적인 운영이 핵심인 팀에 추천합니다. 사건이 터져도 침착한 분이니까요. 24/7 가용성이 중요한 시스템이나,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포지션에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좋은 동료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신 분이라 남겨둡니다. 이론이나 책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로 그걸 증명하시던 분이었어요. 그 선택들을 지켜보며 저도 비슷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이직 후에도 가끔 슬랙으로 안부 주고받는 사이가 됐어요. 그만큼 편한 분이었습니다. 업무 관계로 끝나는 동료와 시간이 지나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동료는 다른데, 조용한 박쥐님은 후자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