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구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끈질긴 악어님 쪽으로 얘기가 모였어요. 리더십이 공식 직함 없이도 작동한다는 증거였습니다.
실시간 채팅 기능 구현 때 연결 안정성과 재연결 로직을 책임지셨어요. 모바일 약한 신호, 네트워크 전환, 백그라운드 전환까지 시나리오로 돌리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프로덕션에서 채팅 이탈률이 초기 대비 크게 떨어졌습니다. 콘텐츠 큐레이션 실험을 여러 번 같이 돌렸어요. 실험이 하나 실패할 때마다 "안 됐다"로 끝내지 않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유저군이 반응했는지까지 쪼개서 정리해 오시던 모습에서,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경쟁사 런칭 소식에 팀이 술렁일 때, 한 페이지짜리 경쟁 분석으로 우리가 집중할 곳을 다시 명확히 해주셨어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무엇이 진짜 위협이고 무엇이 소음인지를 구분해주신 덕에 팀이 본래 로드맵을 흔들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작성하신 문서는 지금도 제품 전략 회의에서 가끔 참고돼요. 제가 처음 맡은 대형 프로젝트에서 겁먹고 있을 때, 끈질긴 악어님이 30분 통화로 전체 지도를 그려주셨어요. 복잡해 보이던 문제를 단계별로 쪼개주시고, 각 단계에서 실패했을 때의 플랜B까지 같이 그려주셨죠. 그 한 번의 통화로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도 후배에게 같은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문서 초안을 완성 후 공유하시는 편인데, 반만 써서라도 일찍 공유해주시면 리뷰가 훨씬 수월합니다. 완성된 문서를 받는 리뷰어는 수정 제안을 꺼내기가 심리적으로 어렵거든요. "일부러 미완성인 상태"로 한번 돌리시면, 팀이 더 깊이 관여할 수 있고 최종 품질도 올라갈 거예요.
후배 육성이 중요한 팀에 추천합니다. 시니어 역할을 맡기 아깝지 않은 분이에요. 이미 그렇게 일하고 계셨고, 공식 직함만 붙으면 조직이 얻는 효과가 더 크게 확장될 겁니다.
제 커리어의 한 챕터를 같이 써주신 분.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돌아볼 때마다 끈질긴 악어님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감사드린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라도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