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드러나는 건 일이 안 풀릴 때라고 하잖아요. 영리한 낙타님은 그 순간에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셨습니다. 당황하지 않고 다음 수를 바로 꺼내오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데이터 파이프라인 안정화 때 모니터링 알람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셨어요. 시끄러운 알람만 울리던 상태에서, 우선순위와 행동 규칙이 명확한 알람 체계로 바꾸신 덕에 새벽에 깨서 봐도 무엇을 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는 구조가 됐습니다. 신규 결제수단 추가 스프린트 때 외부 PG사와의 스펙 조율을 맡으셨어요.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는 와중에도 매번 재정리해서 공유해주신 덕에 내부 팀이 흔들리지 않고 일정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협상 과정을 프로로 처리하시던 게 인상에 남아요.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지금 이 정보로는 결정하지 말자"고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적이 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맞았습니다. 압박 속에서도 잘못된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것보다 잠시 멈추는 편이 낫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셨어요. 그날 이후 팀은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기"를 하나의 가치로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지표가 안 움직이는 원인을 찾느라 다들 지쳐 있을 때 영리한 낙타님이 "우리가 보는 지표 자체가 맞나?"라는 질문으로 방향을 틀어주셨어요. 실제로 측정 로직에 은근한 버그가 있었고, 그게 며칠 째 팀의 시간을 빨아먹고 있었던 거였죠. 문제를 한 단계 위에서 보는 습관이 뭔지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이후로 팀 안에서도 "영리한 낙타님 질문 한 번 받자"는 게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요청이 됐어요.
우리 팀 밖 사람들과의 관계 구축에도 시간을 조금 더 쓰시면, 결정권이 팀 밖에 있을 때 훨씬 수월할 거예요. 지금도 팀 안에서는 충분한 신뢰를 쌓으셨지만, 바깥의 의사결정자들에게 영리한 낙타님은 이름만 아는 정도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커피챗 한 번이 나중에 몇 주의 시간을 절약해줄 거예요. 업무량이 몰릴 때 도움 요청을 조금 더 일찍 해주시면 좋겠어요. 알고 나면 이미 많이 떠안고 계신 경우가 있었어요. 본인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팀이 같이 해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인데, 영리한 낙타님은 후자도 혼자서 풀려고 하시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은 도움 요청을 기꺼이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규모 확장을 준비하는 스케일업 조직에 적합해요. 체계를 세우는 일을 귀찮게 여기지 않으시거든요. 0 → 1 만큼이나 1 → 10 단계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는 분이고, 그 단계에서 실수를 덜 하게 해주실 겁니다.